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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간 인상깊은 별들일기 2019. 4. 1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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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여기 세상이라는 우주가 있다. 우주의 중심에는 조금은 초라한 나라는 별이 있고, 그 주위로 각양각색의 별들이 즐비하다. 각각의 색깔 모양 크기가 다 다를 뿐더러 나의 주관적인 평가에 따라 그 모양과 크기가 매번 바뀌기도 한다. 당연히 나란 별과의 관계도 달라서 주기적으로 마주치는 별, 그냥 스쳐가는 별들, 아주 가끔 부딪혀 서로 상처를 주는 별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유독 나를 주눅들게 만드는 별들이 있다. 바로 1등성 별들, 내 유치한 언어로 치환하자면 재수탱이 별들이다. 보통은 공전궤도가 무척 크거나 거의 없으며 일에서 이주일의 간격으로 어떻게든 마주치게 된다. 나랑 큰 관련이 없지만 내 마음 속에 가져오는 파급효과는 꽤 큰 편인데, 순간적으로 찬란한 그 빛에 압도되어 버리면 슬프게도 내 별은 빛을 잃고 쓸모 없어지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는 두 번의 밤을 앓고서야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왔지만, 최근에는 그 별도 가까이서 보면 도낀개낀이라는 걸 깨닫고는 속으로 앓을 정도의 큰 충격은 없다. 그래도 신경쓰이기는 신경쓰이는 법이지만.
조금은 남는 신경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간혹 신기한 별들이 있다. 바라만 보아도 이상하게 행복해지는 별들, 바로 태양과 같은 별들이다. 물리적 거리는 멀지 몰라도 심리적 공전궤도가 무척 짧고, 만난다고 크게 힘빠지지 않고 에너지를 얻은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그들의 주업무가 자신의 빛으로 다른 별들을 비춰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렇기에 나는 그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사랑한다. 내가 기억하는 그들의 처음은 꽤 초라하지만 점점 더 빛을 얻어가고 지금은 행복한 빛을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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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방탄소년단이 대세다. 처음으로 제대로 좋아하기 시작한 아이돌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니 정말 탄복할 일이야... 데뷔때부터 알아봤다며 가끔 내 안목을 칭찬하고는 한다ㅎㅎ
예전부터 노래 들을 때 가사를 중시하던 사람이라(왠지 넋놓고 아무 노래나 들으면 내 무의식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만 같아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나 메시지 위주로 듣는 편인데 이번에 작은시랑 소우주 가사 들으면서 정말 최고의 최고를 찍었다 생각했다. 이 이상의 감동을 주는 건 하나님의 영역에서만 가능한 일일거야 정말로. '이젠 여기 너무 높아 난 내 눈에 널 맞추고 싶어' 라는 예쁜 가사를 누가 쓴건지 정말 팬들 마음을 헤아리는 건 최고다 최고ㅠㅜㅜ 소우주는 그냥 가사 전체랑 멜로디랑 특히 어우워어어어 할때 떼창이 은하수처럼 아름다우시다...
2. 이슬람의 상자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사실은 영화 가버나움을 보고 나서 왜 주인공이 빈민가에서 살아가게 된 건지 배경을 나름 조사하다 알게 되었는데 사실 영상의 몇개만 본 거라 아직 이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래 영상을 너무 인상깊게 봐서 그냥 링크 걸어뒀다.
https://m.youtube.com/watch?v=ZNbljhsmK6I
그냥 영상으로만 보는건데도 왜 내가 다 불안한지 모르겠다. 예수님에 대해, 또 하나님에 대해 많이 알게 된 다음에는 타종교에도 눈을 돌려보고 싶다.
3. 신촌에 내가 아끼는 콩나물국밥 집이 있다. 가격이 무척 저렴해서 재작년에 알바 가기 전에 저녁 먹으러 자주 갔던 곳인데, 혼밥 할 곳을 고민하다 오랜만에 그리워져서 다녀왔다.
국밥을 반 정도 먹었을 무렵에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가게에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들어오셨다. 종업원분과 친하신지 쾌활하게 인사도 잘 하시고 혼밥러만 있던 식당에 생기가 돌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개인적으로 아주머니들 입담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세월호 행사 이야기를 하시더니 (4월 15일이었다) 한분이 배우들이 연극을 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오년이나 지났는데 뭐 그렇게까지 야단스럽게 하냐는 꽤나 파격적인 발언을 하셨다. 온라인 기사 댓글에서나 보던 내용을 사람 말로 들으니까 좀 놀라웠어. 천안함 용사들이 더 불쌍하다, 내가 애들 부모였으면 그런 거 안하고 추모하느라 더 바쁠 거 같다, 세월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거는 진짜 아닌거 같다 등등... 먹다 체할 뻔했다. 그런 생각이 왜 가능한건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소심이인 나는 그냥 가게를 성급히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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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번 사건이 발단이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친구 두명과 함께 광화문에 다녀오기로 했다. 천막은 없고 부스 같은 것이 생겼는데, 5주기라고 한다. 벌써 5년이나 지났나 세월의 빠름을 탓하다가도 단원고 학생들 사진과 영상을 보니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도 그 날과 구조현장에서 정확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악을 못하는 것이 답답한 노릇... 디지털 편지..? 같은 것을 쓸 수 있는 줄이 엄청 길게 있었지만 그냥 카페로 갔다. 지금 생각하면 아쉽기는 하지만 다같이 울어 버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았던 거 같다. 왠지 세명 다 속으로 다 비슷하게 생각한 거 같애. 아님 말고. 앞으로도 잊지 않도록, 마음에 새길 수 있도록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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