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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318~190324 다짐의 연속들
    일기 2019. 3. 2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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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얼마만에 청명한 하늘을 보는 건지 모르겠다. 바람은 많이 불지언정 하늘이 하늘색인게 기뻐서 기분 좋은 하루였다.(일요일 기준) 이번주는 크게 미세먼지가 없고 하늘도 꽤 자주 맑았던 것 같다. 가끔 비와서 옷과 양말이 축축해지는 건 별로였지만, 비도 보슬보슬 예쁘게 내리는 것이 봄이 오고 있나보다. 그래도 바람은 좀 덜 불었으면ㅎㅎ 아, 학교 남문, 후문쪽에 꽃핀 거 같던데 내일 가서 확인해봐야겠다. 그리고 이번엔 남자친구랑 벚꽃축제 꼭! 갈 수 있도록 기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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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번 학기 느끼는 점 하나, 내가 전공에서 엄청난 꿀을 빨고 있구나 둘째, 이 세상에는 잘난 사람이 너무 많다 셋째, 나 서강대 어떻게 온거지..? ㅎㅎㅎ... 오랜만에 찌질이본능이 스멀스멀 고개드는 걸 느꼈다. 열등감이 다시 찾아왔지만 그래도 나름의 짬밥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워서 슬픈 것도 잠시, 그냥 골똘히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강점에 집중하는 꽤나 보편적인 전술(?)을 꺼내들기로 했지! 사실 취업성공후기 보면 열에 여덟 아홉이 다 말하는 뻔한 전략이다. 내 강점은 낙천적인 희망마인드로 버티고 인내하고 삭히는 존버정신이라 생각해서(대인관계 제외), 또 안타깝게도 나는 그들처럼 베리베리 소셜애니멀이 못되기 때문에 한군데에 무진장 투자하는 편이 낫겠다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아주 근처에서 변리사 공부하며 쥰나 버티고 있는 오빠가 눈에 들어오고... 오빠처럼 피폐해지는 건 조금 무섭지만, 어쨌든 고시의 길을 알아보기로 다짐했다. 아빠는 이게 현실도피라고 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우선적으로 내 실력을 키우고 싶은 욕심이 가장 크다. 지적인 깊이가 일도 없는 상태에서 수업 듣는 것도 조금 억울했고.. 그리고 또 하나는 성격탓인데 너가 여러가지 계획해서 잘 해봐! 하고 던져주면 오만가지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라, 목표와 할 것이 명확한 편이 나에게는 가장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행복하다는 건 아니고 그냥 효율적이라고ㅎㅎ 

    사실 교환학생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어서, 조금 슬프기도 하지만 지난 2년간 논 거 생각하니 충분히 즐겼다는 생각도 들고, 뭐 나름 하고 싶은 거도 기대 이상으로 다 해봤고 이제는 정말로 집중해서 공부할 시간이라 생각한다. 고1때는 정시로 서울대가는게 인생목표라서 부끄럽지만 힙합노래 열심히 들으면서 진짜 불타는 마음으로 공부했었는데, 왠지 그때 생각도 나고 나름 비장해지는군... 그때의 나와 달리 지금의 나는 힙합은 없어도, 성경말씀이 있고 의지할 고마운 사람들도 있으니, (아주 오만한 태도인거 알지만) 왠지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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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일단 구글에 연봉 많이 받는 직업 top 10을 검색해봤다ㅎㅎㅎㅎ 인간이란... 문과쪽 전문직들이 많이 떴는데 변호사는 생각도 안했고, 꿈많은 나에게 공무원은 겸직금지라 너무 잔인하고ㅜㅜ, 행시는 그냥 인간이 할 짓이 아닌 거 같았다.(물론 다른 시험들도 마찬가지로 인간이 발명해낸 이상한 것들이라 생각해) 변리사는 과학찐따라... 그렇게해서 추린게 회계사와 감정평가사였다. 회계사는 주변에 준비하는 분들 몇몇 보였는데 감정평가사는 그냥 뭔지 모르겠어서 궁금증에 더 찾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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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조(직무) 감정평가사는 타인의 의뢰를 받아 토지 등감정평가하는 것을 그 직무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토지 등"이란 토지 및 그 정착물, 동산,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산과 이들에 관한 소유권 외의 권리를 말한다.
    2. "감정평가"란 토지등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여 그 결과를 가액(價額)으로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제11조(자격) 제14조에 따른 감정평가사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감정평가사의 자격이 있다. (기냥 나무위키에서 긁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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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이런 일을 한다고 하는데, 가끔 영업권이나 특허권(?)같은 거도 뭐 하여튼 오만가지 감정한다고 카더라. 경제 공부 법 공부 나름 재밌게 하고, 너무 앞선 그림이지만 오빠가 변리사하면 같이 일하기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차 끌고 출장 다닐 일이 참 많은데 산과 들로도 자주 다닌다고 해서 너무 기뻤다. 전문직이라 내 능력따라 업무량 조절할 수 있고, 워라밸이야 적응하고 난 다음에 알아서 조절하는 거고, 경력쌓이면 돈 대기업정도로 꽤 받고, 겸직너무나도 가능하고, 여자라고 큰 차별까지는 없는 거 같고, 한국감정원이나 은행쪽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어서 진로도 꽤나 뚫려있고, 회계사처럼 선발인원 이상하게 안 늘리고(오히려 줄이는 추세라카더라), 미래 전만큼은 아니어도 보장되고, 이정도면 괜찮지 않나...? 싶어서 합격수기 읽어가면서 시험과목, 준비방법 등등 열심히 조사했당. 회계사도 싫은 건 아니지만 그냥 직관적으로 감평사가 너무 매력적이다. 2차고사가 진짜 헬이라카던데 뺴박 신림행이지만 2년만에 붙는 분들도 꽤 계시고... 영업 좀 해야되기는 하는데 일단 계약하면 크게 을의 위치에서 하는 거는 아니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고...

    사실 내가 착각하는 것도 상당수 있을 거 같은데ㅎㅎ, 주변에 준비하는 분을 뵌 적이 없어서 좀 어렵군. 여튼 앞으로 생각 변하지 않는다면 4월 초에 토플 시험보고, 중간끝나고 바로 2차부터 인강들으면서 준비할 에정이다. 마음이 무거우면서 가벼운 매우 이상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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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제 친할머니 댁에 다녀왔다. 점심에 소고기 꾸워주신다길래 잽싸게 다녀왔지! 이사 오고 나서 친척분들이랑 같은 동네에 살다보니 평소에도 자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다. 

    우리 할머니는 손이 크시다. 보통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엄청 크시다. 배부르다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또 아무리 분명히 해도 한식 코스요리로 5차까지는 챙겨주신다. 보통은 1차나 2차에서 배가 부르기 때문에, 3차 숭늉 및 누룽지 단계는 어떻게든 버텨도 4차 과일 및 과자 단계에서는 식구들 모두 또또 그러시네 하면서 말리는 편. 어제도 아빠와 할머니가 소고기를 두 팩 구울 것이냐, 세 팩 구울 것이냐의 문제로 꽤나 살벌하게 싸우셨지만, 코미디 프로 보는 거 같기도 하고 나름의 정같은 게 느껴져서 그냥 좋았다. 순수 소고기 갈빗살과 딸기로 배를 가득가득 채운 너무나도 호화로운 점심이었어...그렇게 배가 터질정도로 먹고, 엉덩이 뜨뜻하게 데펴지는 전기장판 위에 앉아있노라면 어쩔 수 없이 노곤노곤해진다. 아빠는 이미 코골면서 주무시고 나는 딸기 먹다 지쳐 눈만 끔뻑끔뻑하고 있을 쯔음에, 할머니가 핸드폰으로 검색하는 법이랑 알파벳을 알려달라 하셨다. 

    그렇게 한참을 봐드리다가 할머니가 알파벳을 너무 잘 외우시길래 신기해서 여쭤봤더니 어렸을 때(중학교 떄) 러시아어를 배우셨다고 한다!! 그것도 사변났을 적에 남한에서 러시아어 교육을 받으셨다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알 수 없지만, 하여튼 어쩌다 할머니한테 속성 노어 알파벳 특강을 듣고 왔다ㅋㅋㅋㅋ 그 외에도 일본어, 중국어도 잘하신다. 나는 고등학교 때 배운 것도 가물가물한데 어떻게 다 기억하시지...? 

    서울에서 학교 다니시다가 초등학교 3학년때쯤에 사변이 터져서 충청도로 피난 오셨다고 한다. 거기서 중학교도 다니고(중학교에서 거의 유일한 여학생이셨다고,,,) 할아버지도 만나셨다고 한다. 당시에는 학교 안 다니고 일하는 또래들도 많았지만 학교 다녀서 너무 좋으셨다고, 공부 잘하시고 좋아하셨는데 먹고살기 급급한 상황이라 더 공부 못하고 바로 일하시게 되셨다고 한다. 할머니가 '다들 내가 별거 아닌 줄로 알지만 공부 계속 했으면 장관 됐을거야'하고 우스갯소리 하시는 데 귀여우시기도 하고, 사실 많이 씁쓸했다. 그동안 내가 할머니를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같은 동네에 살게 되었으니 맛있는 거도 먹을겸 자주 찾아가야겠다. 

    할머니집은 남향이라 볕이 참 잘 든다. 온화하게 내린 노란 햇살 맞으면서 할머니 이야기 듣던 그 순간은 두고두고 못 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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