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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1020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일기 2019. 10. 20. 01:41

    0.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샀다. 사실 일주일 내내 집에서 공부만 하니 너무 답답해서, 바람도 쐴 겸 카페에서 에이드라도 사마시려고 나간거였는데, 정작 나가보니 굳이 땡기는 것도 없고 차라리 그 돈으로 오래 남을 책을 사자 싶어서 무작정 알라딘에 들어갔다. 어차피 돈 쓸일도 없었고 충동구매로 아무거나 살 작정이었어서 그냥 그렇게 책장을 훑어보다가... 스무살때 그렇게 감명깊게 읽었던 책을 발견하고 너무 반가워서 바로 결제해버렸지ㅎㅎ 표지도 오랜만에 봐서 되게 길가다가 아주 오래 전 동창 만난 느낌이었어.

    문제풀다 지쳐서 오랜만에 펴보았는데, 한구절 한구절이 굳이 이렇게 까지..?스럽고 뭔가 눈으로만 읽는 느낌이라 그때처럼 막 빠져들어서 읽기는 힘들었다. 그냥 주인공이 너무 자기자신에 갇혀 있는 것이 안쓰럽다 하는 정도,,, 샌애귀때는 분명히 교보문고에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도서관에서 손수 빌려서 전공 수업시간에도 몰래 읽고 했었는데, 당시 내가 굉장히 불안하고 와일드한 생각에 젖어 살고 있었구나 새삼 느꼈다. 아, 며칠전에는 고3때 일기도 잠깐 봤는데 진짜 생각하는게 싸이코 같아서 바로 접었다. 열아홉의 나는 이 세상에 대한 분노에 가득 차 있었고, 스무살때 나는 참 막연하게도 우울하고 슬펐다. 순간순간 힘들었던 기억은 나는데, 아무것도 안할 바에야 그냥 그때 일기나 어떤 글이라도 많이 써뒀으면 싶다. 아마 써뒀으면 항마력 딸려서 읽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두고두고 보는 맛이 있었을텐데 아쉽군. 

     

    1. 

    어제 문득 김치찌개 먹다가 생각난건데, 우주에 블랙홀이라는 장치가 있는 것처럼 자기자신과 이 삶을 끝내고 싶어하는 생각과 충동은 설계에서부터 본디 주어진 선택지 중의 하나라는거다. 찾아보니 동물도 자살을 한다는데 검정이 모든 색을 삼키듯이, 우울은 세상의 모든 것을 자기자신이 빨아들여야한다는 생각에서 오는 것일수 있겠다는 얕은 생각도 좀 해봤어. 여튼 우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히 현대인들의 우울에 대해서는 훨씬훨씬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할거 같다,,,,,

    하여튼 스무살때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일개 '우주먼지'에 불과한 내 자신이 마냥 불쌍하고 불행하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받아들여서인지 우주의 부분으로서의 내가 굉장하게 느껴진다ㅋㅋㅋㅋㅋㅋ 좀 민망한 얘기기는 한데 울적하면 괜히 하늘보면서 괜히 하나님 오늘 날씨가 좋네요, 별로네요 하고,,, 그냥 멍하니 하늘을 바라다보면 가장 큰 내 빽을 둔 것 같이 든든하고,,, 새삼 참 축복받은 존재 같아서 감사하다.

     

    2.

    유튜브의 크나큰 장점 중 하나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생생한 영상으로 탐험할 수 있다는 거다! 그만큼 끊기도 너무나 힘든 것.... 나는 세계 반대편을 보는 것보다도(세계 반대편 영상을 보기엔 지금 내가 너무 초라해ㅠ), 내가 머무는 이 곳에서의 시간여행을 더 좋아하는데 특히 내가 태어나기는 전이지만, 그때 그 시절 가수들의 무대영상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은 너무 귀엽고 멜로디도 중독성 있어서 한번 들으면 뭔가 흥얼거리게 되고ㅎㅎ 최근에는 이상은님께 새로 입덕했는데ㅠㅠ  '담다디' '비밀의 화원' '언젠가는' 등등 노래도 너무 좋지만 목소리랑 캐릭터랑 특히 춤사위가 너무 독보적이어서 그냥 넋놓고 같이 고개 까딱까딱하면서 무대영상을 보게 된다ㅋㅋㅋㅋㅋㅋ 일등하고 마이클잭순~~~외치는게 진짜 킬링포인튼데ㅠㅠ 왜 아무도 이 가수를 알려주지 않은 거지 억울하기도 하고 요즘 시대에 담다디 나왔으면 빠순이 될 수 있었을거 같은데 아쉽다.

    그때 그시절 노래와 무대가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째 예술이나 특히 대중문화는 발전하기보다도 매번 새로운 형태로 각색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만만하게? 느껴진다. 어째 자칭 아티스트라고 호칭 붙여서 하는 일 치고는 엄청 새로운 일은 없는 것 같아서 그것만큼 유치한 것도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뉴트로'가 유행하는만큼, 앞서 가는 힙쟁이가 되려면 요즘 것보다도 그때 그시절의 유행에 대해 연구하는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한다. 시험만 끝나면 나도 힙쟁이 된다 두고봐;;

     

    3.

    그렇게 정정하시던 외할머니께서 일년전쯤부터 서서히 기억을 잃고 계신다. 보통 같은 질문이나 이야기(주로 옛날 이야기를 하신다)를 여러번 하시곤 하는데, 대부분 종교적인 질문이나 말씀을 하신다. 한 번은(7월쯤이었던 거 같다) 우리 집에 오셔서 학교 안다니냐는 질문을 오분 간격으로 두세번 물어보시다가, 떠나실때 갑자기 나를 바라보시며 작별인사 대신 '하늘나라 자녀는 착하게 사는거야~' 하고 가셨다. 사실 그때 내가 뭐 잘못했나..? 싶어서 뭔가 윙스럽고 벙쪄있었는데, 시간 지나서 곱씹을수록 되게 멋있고 쿨한 대사라는 생각이 들었어. 또, 저번에 외할머니댁에 갔을 때에는 교회를 몇십년동안 안 빠져서 개근상도 받았고, 누구누구도 손수 전도했고 하는 등등 귀여운 자랑을 꽤 오랫동안 늘어놓으셨는데, 외할머니가 새하얀 백발이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되게 현자와 같이 보였다해야하나 하여튼 빛나보이셨다. 하나님과 예수님에 관련된 이야기가 정말로 자연스럽게 떠오르시는 걸 보면서 참으로 깊고 맑은 믿음이고,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싶었다. 또 이렇게 메시지를 받은만큼 정말로 선하고 의로운 사람이 되어야지,,,ㅎㅎㅎ

     

    4.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어쩌면 견디기에) 망각은 꽤 바람직한 방어기제이고, 생존본능이다. 정말로 망각할 수 없는 크기의 트라우마나 충격은 흉터로 남아 영혼을 갉아먹기도 하니까... 하여튼 지금도 매번 일기 제목에 비해서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는 아쉬움이 드는데, 어차피 내일 되면 또 까먹을거고 ㅎㅎ  방금까지도 지금부터 공부만 해야지 진짜 시험 붙겠다 하다가도 지금 또 노래 들으면서 신나게 일기 쓰고 있다 ㅎㅎ 과거는 거짓말이고, 미래는 환상일 뿐이라던데, 내 모습을 보니 인간 쉽게 안변하고, 나는 행복한 똥멍청이구나! 라는 확신이 강하게 드는군. 또다시 내가 참 성실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며 다짐하며 끝나는 하루라니 지긋지긋하지만ㅠㅠ 딴생각배설도 시원하게 다 했으니 다시 문제 풀러가야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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