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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20190428 이케다 요스케 원맨쇼 리뷰
    문화생활 2019. 4. 30. 04:30

      일본 출신의 공연가, 이케다 요스케의 원맨쇼가 대학로 '맛있는 극장'에서 있었다. 한국 소극장에서 단독으로 공연을 하기는 처음이라는데, 그 첫번째 순간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여유있는 공연 매너와 지루하지 않은 구성으로 한 시간 알차게, 재미있게 채워냈다. 같이 갔던 친구는 내가 마술쇼라고 잘못 전해서 그런지, 카드마술같이 소위 마술적인 것들을 기대하고 왔는데 마임 위주라 조금 실망했다고 한다. 미안..^^ 무난하게는 봤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우선 같이 와준 세이짱에게 박수럴,,,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영상을 예습삼아 보고 갔는데, 영상을 보며 당연히 이렇게 했겠지~ 확신했던 트릭이 알고보니까 아니라서 매우매우 신기했다. 그치만 게을러서 더 알아보지 않지 ㅎㅎ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이케다의 섬세한 표현 하나하나가 제알 신기했다. 춤을 아주 잘 추고, 모자랑 벽돌 저글링도 잘하시고 마임과 팝핀의 끝판왕이시구나 싶었다. 공연 흐름이나 구성도 좋았는데,  close에서 open으로 바뀌고 톱니바퀴를 돌려 다시 end로 막을 닫을 때까지, 내 손목시계를 볼 틈따위 없이 공연은 물 흐르듯 흘러갔다. 무언가 강렬한 전율 같은 것이 있지는 않았지만, 눈이 즐거워서 개인적으론 좀 더 길게 하셔도 좋았을 텐데 빨리 끝나서 아쉬웠던 공연이었다. 참고로 영어 되게 잘하신다... 박수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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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처음이었는지 가물가물한데 뭔가 벽돌로 숫자 1-12까지 다 하셨던 거 같다. 어매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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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액트, 'Clock'

      아침잠으로 고생하는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공감할 수 있었고, 그의 상상력과 무엇보다 굉장히 섬세한 표현력에 놀라면서 본 액트였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아침 7시에 기상해야하는 직장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밍기적거리다 30분 늦잠을 자게 되고, 본 공연에서는 그 30분 간의 꿈의 여정이 나오는데 늘어나는 화살표를 따라 걷다 의문의 가면맨도 만나면서 어찌어찌 깨게 된다. 시간을 한 8시 31분쯤으로 했으면 더 공감되고 깼을 때 더 짜릿했을 텐데 이거 하나는 아쉽군.

    https://www.youtube.com/watch?v=-1YwpJxxfNU

    유튜브에 영상이 있어서 아주 조아효^~^

      세수하고 이닦고 심지어 가슴까지!! 면도하는 걸 보면 아침에 있는 일을 꿈에서 왜곡적으로 하는 그런 현상을 표현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같이 아케이드 게임을 해나가듯한 음향효과와 느낌을 주는데, 여기서 화살표가 진짜 신기하다. 영상으로 볼때는 얇은 탭 같은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에서 보니까 그냥 판대기 같았는데 뭐지..? 하여튼 그렇게 팝핀쟁이 가면맨이 등장하고 점점 어느 공간에 갇혀 가는 걸 보면 악몽을 꾸는 듯 하다. 왜 나타난건지 또 누구인지는 관객의 해석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나는 컴퓨터로 따지면 바이러스같이 꿈의 세계에 침입한 현실세계에서의 주적, 예를 들면 직장상사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사람이 아니라면 어떤 개인적인 압박이라던가. 하여튼 힘써 del 박스에 가면맨을 떨치며 게임 한 판을 깔꼼하게 클리어한 주인공은 깨고 보니 30분이나 지각해있었다~하는 해피엔딩?이다. 모자를 버튼스로 쓰는 것도 뀌엽. 거의 3분 가까이 가면 하나로 액트를 진행하는데 충분한 전달력 있으면서 깔끔했다. 나같으면 어디선가 한번 좔좔 나오는 가면 폭포 넣었을 거 같은데 ㅎㅎ 꿈 속 세계를 단지 몇몇 판대기와 상자와, 한 개의 가면과 안경, 직관적인 음향효과와 나머지는 전부 몸으로 그려내는게 굉장히 경제적이다. 사실 이런 깔끔함 때문에 나는 이 액트가 헬로 굳바이보다 더 좋았다.

     

      이케다상과 함께하는 'Square Puzzle'

    https://www.youtube.com/watch?v=SsR0AN5JMz4

    fast-forward 빨리감기 버전.

    어딘가서 한번쯤은 봤던 건데, 세 번이나 계속 빈 자리가 생기는 걸 보니 엄청망청 신기했다. 솔루션 얼른 봐야지 후우 후ㅜㅇ... 사견으론 무대 공연에서 몇 분 동안 퍼즐 맞추고 있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현장에서는 영리하게 음향효과(드럼, 베이스, 등등)가 하나씩 추가되고 빠지는 효과를 주어 집중력을 더 높였다. 참여형 '개러지밴드'하는 기분!! 왠지 저렇게 퍼즐처럼 쌓아주는 약식형 미디프로그램 같은 게 있어도 괜찮을거 같기도 하고. 이케다 모자 색과 같은 '빨간' 퍼즐까지 다 합쳐졌을때 나도 괜시리 뿌듯했다. 

     

      이케다의 본격 '팝송 대충 따라부르기' 특강

      'shape of you' 한창 유행할때, 아무것도 모르고 노래방에서 신청하다 클럽이즌엄멈머ㄱㅇ머머머 한 경험 아마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메인 액트인 hello goodbye를 하기 전에, 팝송을 비영어권 사람들의 허밍 버전으로 보여주겠다며 팝송 부르기 특강을 시작하셨는데 매우 공감가고 유익했다. 톱니바퀴를 활용해 보여주는 글자의 변형, 조합이 재밌었는데, 사실 hmm~~lalala~~ 하며 여유를 만끽하다가도 생각보다 바쁘게 움직이는 그의 손과 팔이 더 재밌었다. 그게 대체 뭐길래 집중해서 보고 있는 우리 자신들도 웃겼다. 징기즈칸 기분 안 좋을 때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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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 중간에 뭔가 모자 세개랑 메트로놈 나오는 액트가 있었는데 메트로놈이 왜 나오는지는 내가 이해를 진짜 못했다 허헣 뭘까 진짜?? 아나운서의 딱딱한 소리와 다양한 발자국 음향과 함께 했던 기억은 난다. 그 중에서도 방심할 틈 나오는 지뢰 세팅은 매우 인상 깊었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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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lude)) 내가 찾은 이케다의 독특한 점은 그는 '기호'를 두고 의미를 재빨리 전환시키며 마술적 행위를 한다는 점이었다. 공연을 보다보면 새로운 의미의 자극이 연속적으로 제시되며,  이는 보통 일상생활에서와 같이 의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는 띄는 것과 달리 큰 의미군이나 맥락을 형성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는 공연 전체적으로 글자와 화살표 같이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의 끊임없는 조작과 변형으로 새로운 의미와 연상을 연속적으로 도출해내며 극을 진행한다. 이는 어찌보면 꿈, 그리고 무의식 속에서의 사고방식과 매우 흡사한데, 그래서 그가 현실과 꿈을 오가는 형식의 극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작 일시정지 버튼은 어느 순간에 피아노로 변해있고, 화살표들이 어느새 대왕 반대편 화살표로 바뀌어 있다. 굳이 당위성은 없어지고, 사실 가장 크게 꿈 속에서 당위성 따위 있을 필요도 없다. 굳이 미술사조로 따지면 초현실주의랄까..? 딱딱하게 정해진 의미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상을 이루면서 관객의 말랑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언어와 기호를 가지고 마술을 하는 걸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의미에서 그는 '마술사'이다. (물론 마술이란게 없어졌다 나타났다 이것만 말하는 건 아니지만, 통념적으로 가지는 마술에 대한 이미지를 대입해 보았을 때) 카드나 비둘기 대신, 기호와 내재된 의미들을 없애고 불러오는, 그는 '꿈결'과 닮은 공연을 하는 마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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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don't know why you say goodbye I say hello, 'Hello Goodbye'

      엉덩이로 이름쓰기를 제외하고, 살면서 처음 보는 시각적으로 가사 읊어주기 행위예술이었다 허헣ㅎ 사실 유튜브로 접했을 때는 무척이나 낯선 공연이라, 소올직히 왜 굳이 이런 일을 벌이는 건가 싶었고 사실 그의 대표 액트임에도 개인적으로는 가장 덜 좋았던 액트였지만(글자가 그냥 타이밍에 맞춰 제시될 뿐, 의미를 가지고 변해가는 내가 꼽는 그의 가장 큰 매력이 없었다.) 노래와 여전히 엉뚱한 발상이 예뻐서 멍때리면서 보다보니 뭔가 아름다운 거 같기도 하고, 마지막에 합쳐지니까 막 뭔가 멋있고 그랬다. 팟캐스트에 김영하가 있고, 유튜브에 선민언니가 있다면, 마임에는 이케다가 있다...ㅎㅎ 한번쯤은 몸으로 깜찍하게 L 같이 좀 쉬운 거 만들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역시 깔끔한 스타일이라 안 하시네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4rcqwGo3SQs

    여윽시... 글로벌하시다...

      이 액트에서도 현실 속에서 꿈 속 이야기로 들어가는 구성을 보이는데, 파지직 파지직 전기 몇 번 맞고 비소리를 끄며 우산이 머쓱해질 시점에서 이미 현실에서 꿈으로 경계가 넘어간 것 처럼 보인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다시 우산을 쓰며 비맞으며 끝이 났던거로 기억한다. (스테이지 마술 공연에서 본 액트로 이어지기 전에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설명하는 '도입부'와 그에서 확장된 '본 액트'로 구성하는 것은 사실 자주 쓰이는 구성이다. 이를 굳이 꿈과 현실이라 바꿔 명명한 것은, 앞서 말했지만 큰 의미를 제시하지는 않는 공,cd, 카드와는 달리 원래의 '의미'를 담은 언어를 마치 매니퓰레이션처럼 스쳐가듯 보여주는 소재의 특이성이다. 그 언어들은 노래에서는 의미를 가질지언정, 내가 경험했던 이케다의 공연에서는 어떤 모양과 형상들에 불과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이렇게 무작위적인 언어의 나열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이상 소설이나, 노라조 노래가사나, 꿈 속이나 셋 중 하나다.)

    (((헛소리주의))) 지금까지 봐온 스테이지 마술에서 마술사의 도구들은 종종 이중적, 그리고 다중적인 성격을 띄고는 하는데, 예를 들면 빨간 완드가 립스틱이 된다거나 카드가 두 장이 모여 나비가 된다거나 하는 것이다. 생김생김이 비슷하니, 또 새로 생긴 형상이 재밌고 아름다우니 그렇게 흘러 넘어간다. 아님 말고ㅎㅎ 그게 가끔은 정말 꼴보기 싫게 변할 때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내 동아리 액트들을 꼽을 수 있겠다^^(에잇링에 굳이굳이 의미를 담으려다 망,,,ㅜㅜ) 여튼 라디오에 우산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주파수를 맞추는 장면이 있는데, 뭔가 우산이 팽그르르 돌아가는 것도 그렇고 너무 카와2Ee~ 한 상상력이라 예쁜 도입부였다. 이중적 성격의 아주 바람직한 예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수리나 가려줄 사이즈의 마술용^^ 미니 우산이나 2차원의 대왕 판때기 라디오도 꿈 속의 조금 더 동화적이고 예쁜 분위기에 일조한 거 같다. 그 자리에 일반 칙칙한 우산이랑 붐박스가 있었으면 엄청 이상했겠지?? 공연 내내 그의 잽싸른 손짓과 몸짓을 볼 수 있는데 저걸 다 외우려면 얼마나 연습하셨을지, 또 세팅도 꽤 걸릴거 같은데 대단하셨다. 영어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뭔가 영어학원 광고로 부쩍 자주 보이는 타일러랑 되게 잘 어울리신다!!

     

      보너스 액트, 'I can change the world'

      빤빤한 티켓 뒷면에 있던 멘트였다 'I can change the world' 메인 공연까지 끝나고 이건 대체 어디에 쓰이는 건지 궁금했는데 역시 맨마지막에 나오는 거였다~ 공연자 본인이 직접 문구를 읽는 것이 아니라 안내방송에 나올만한 아나운서의 깔끔한 음성으로 대신 전한다. 이케다의 interlude 액트와는 달리, 언어와 문장의 의미를 살려 공연 내내 한 방향, 그리고 역방향의 생각의 흐름을 보여주는데 결과적으론 'I can change the world'라는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를 준다. 솔직히 좀 오글거리고 마음에 확 와닿지는 않았지만, the world를 정말로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아니라 내가 인식하는 '내 세상'으로 좁혀서 생각하면 충분히 맞고 감동적인 말이었다. 물론 '내 세상'에서 죽을 개고생을 하면 흔히 말하는 의미의 세상도 바꿀 수 있겠지만:^) 이 공연도 내 세상이 바뀌는 데 일조해줬으면 좋겠다! 여튼 인상적인 end딩이었숼. 이렇게 공연 하나를 마음 써서 리뷰하기는 처음인 거 같은데, 꼭꼭 씹어 리뷰까지 해보니 무심코 흘러가는 공연이 아니라 더 재밌는 공연된 것 같다. 다음에 또 내한하신다면 공연 꼭 다시 보고싶다!! 그 동안 지갑 채워둬야지...

    우아 번쩍번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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